동강의 봄
신의식
칭찬처럼 부푸는 이야기들
오물거리는 입술 밖에서
묵언처럼 새겨지는
초록 문장이 가슴에 젖어든다
물빛 말갛게 번지는
강둑에 늘어선
벚꽃들 강물에 뛰어들고
드문드문 강 버들 여린 빛은
모래톱에 한 시절 배경으로 섰는데
가난한 숨결들이 서로 기대어
온기를 나누는 어둠의 곁에
피고 진 잎들도 따라 누워
사월 겨운 봄날을 붙들고 있다
-계간 《열린시학》(2023년 봄호)

【시인 소개】
신의식 /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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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쏟아지는 문예지들이 많아서 저도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돈 내고 구독을 하는 것도 있고, 원고료 대신 부쳐오는 것도 있어서 문예지들이 철마다 쌓입니다. 실린 시인 중에는 눈에 익은 이름도 있지만 낯선 이름도 많습니다. 이 시를 쓴 시인도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프로필 사진은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이어서 연배가 높아 보였지만, 그의 작품이나 시집을 읽은 기억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말미의 약력을 보았더니 딱 한 줄 적혀있었습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약력이 너무 간단해서 되레 못 미더웠습니다.
이 시는 벚꽃이 지고 푸른 잎이 돋는 동강의 봄날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봄날을 노래하는 시들은 대개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봄날의 설렘을 봄꽃에 실어서 노래하는 시이고, 다른 하나는 계절의 화사함에 대비되는 시인의 쓸쓸함을 노래하는 시입니다. 이 시는 후자입니다. 벚꽃의 “입술 밖에서/묵언처럼 새겨지는” 강 버들의 “초록 문장”은 가슴에 젖어들지만, 시인은 가난했던 봄날의 기억들로 어둡습니다. 피는 새잎도 지는 꽃잎도 시인처럼 사월을 겨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봄을 온전히 즐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늘 없는 생이란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벚꽃 아래서 화사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표정들에는 왠지 푸른 덴탈마스크 같은 그늘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월은 며칠쯤 감기를 앓아주어야 할 것 같은 계절입니다.

(김남호 / 문학평론가)
ㅡ출처 : 하동뉴스(http://www.hadongnews.co.kr)
ㅡ기사 원문 보기 : http://www.hadon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