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생각한다
문태준
아침은 매일매일 생각한다
난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어선은 없는지를
조각달이 물러가기를 충분히 기다렸는지를
시간의 기관사 일을 잠시 내려놓고 아침은 생각한다
밤새 뒤척이며 잠 못 이룬 사람의 깊은 골짜기를
삽을 메고 농로로 나서는 사람의 어둑어둑한 새벽길을
함지를 머리에 이고 시장으로 가는 행상의 어머니를
그리고 아침은 모스크 같은 햇살을 펼치며 말한다
어림도 없지요, 일으켜줘요!
밤의 적막과 그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 것은 아닐까를 묻고
밤을 위한 기도를 너무 짧게 끝낸 것은 아닐까를 반성하지만
아침은 매일매일 말한다
세상에, 놀라워라!
광부처럼 밤의 갱도로부터 걸어나오는 아침은 다시 말한다
마음을 돌려요, 개관(開館)을 축하해요!
-시집 『아침은 생각한다』 (창비, 2022) 중
【시인 소개】
문태준 / 경북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아침은 생각한다』등이 있음.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애지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정시학작품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박인환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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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주인공은 ‘아침’입니다. 아침은 매일매일 생각합니다. 먼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어선을, 밤새 어둠과 맞섰을 조각달을, 잠 못 이룬 사람의 깊은 근심을, 곡식들의 안부를 확인하러 나서는 농부의 새벽길을, 행상을 나서는 어머니의 무거운 함지를. 그리고 사원의 환한 햇살처럼 말합니다. ‘더 이상 밤의 군림은 어림도 없지요. 모든 희망을 안아서 일으켜줘요!’
하지만 아침은 스스로를 반성합니다. “밤의 적막과 그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밤을 위한 기도를 너무 짧게 끝낸 것은” 아닌지. 그러고는 아직도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마음을 돌려요, 개관(開館)을 축하해요!”
이 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아침의 역할과 의미를 일깨워주면서 동시에 아침을 낳은 어둠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둠이 없었다면 어찌 아침이 오고 ‘일상의 기적’이 시작되겠습니까. 절망이 없다면 어떻게 희망이 있겠는지요.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눈부신 아침을 맞고 싶거든 먼저 어둠과 친해지세요!

(김남호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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