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최영욱 시집 『바다에 버린 모든 것들』에 수록된 많은 시들은 바다에 기대어 삶을 이어가는 많은 사람들은 바다 생태계를 지킴과 동시에 생선을 비롯해 여러 해산물을 얻기 위해 더 깨끗하고 더욱더 건강하게 바다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영욱 시인은 시집 끝에 「내 시를 말한다」에서 “바다는 늘 준다. 염치없는 인간들은 바다로부터 받기만 한다. 하여 누구는 바다를 ‘보물창고’라고도 하고, 또 누구는 ‘은행’이라 하고, 또 더러는 ‘씨 안 뿌리는 텃밭’이라고도 하고, ‘생산공장’이라고도 한다. 수많은 생명을 거두어 키우고 살 찌우면 인간들이 무상으로 거둬가는 바다. 물론 거기에는 노동력과 유류비, 선박 건조비 등의 기본값이 들겠지만, 바다를 이롭게 할 정책이나 반성은 미미한 상태이다. 바다에 기대 삶을 이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더 깨끗하고 더욱더 건강한 바다의 생태환경을 위해 노력을 쏟아야 할 터”이라고 말했다.
최영욱 시인은 해남의 ‘땅끝순례문학관’ 내 ‘백련재 문학의집’에 들어 이번 시집 정리를 했다. 그가 굳이 해남을 고집한 것은 이순신 장군의 흔적들이 어느 곳보다도 많이 남아 있고 이번 시집의 주요 소재인 바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 속의 우수영, 벽파진, 고하도, 고금도 덕동수영터 등 칠천량 패전 이후 다시 통제사에 제수된 장군의 길을 따라 걸으며 시로 남겼다.
이뿐이 아니다. 하동읍 인근 섬진강가에 조그마한 농막을 지어놓고 50여 평 땅을 갈아엎으며 어설픈 농부 흉내를 내고 있다. 조그마한 텃밭을 일군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경배임을 깨달았다.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거나 마찬가지다. 기다림과 관리가 중요하다. 최영욱 시인이 농사에 대해 배운 것은 농약, 풀약, 비료를 치지 않고 ‘땅심을 키울 수 있는 유기농법’이었다. 이 방식 얼마나 어려운지는 세상이 다 안다. ‘풀밭 법당’ ‘차밭 법당’ 등의 부제를 단 시들은 이곳에서 태어났다.
정호승 시인은 “최영욱 시인의 시가 섬진강을 떠나 바다로 갔다. 그의 시에는 바다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시가 노래하는 바다는 맑고 푸른, 아름다운 바다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 병들어 죽어가는 병자(病者)의 바다다. 남해에서 동해로, 다시 명량(鳴梁)에서 하동포구로 이어지는 그의 바다에서는 안타까운 한숨소리와 통곡소리가 들린다. 그는 바다와 인간과의 관계를 비극적 관계로 성찰하고 있다. 인간의 측면에서 본 바다가 아니라, 바다의 측면에서 본 인간의 자연 파괴와 이기(利己)를 고발하고 자책하고 있어 자못 비장하다. 그러나 「하동포구 抄」 연작시에 이르러서는 사랑과 희망의 바다, 따뜻한 인간미가 흐르는 바다의 잔물결소리가 들린다. 다행이다. 절망의 바다에서 희망의 바다를 선물하는 최영욱의 시는 결국 인간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가는 존재라는 것을 시사한다. 「재첩-하동포구 抄」는 이 시집의 백미다. 이 시를 읽으면 저절로 웃음도 나고 눈물도 난다. 그는 역시 지리산 섬진강의 시인이다”라고 시집 출간을 축하했다.
- 시인의 말 · 5
1부 갯바위 抄를 베끼다
조설(釣說) · 13
간당간당 · 14
하염없어 하염없는 · 16
미조만 · 18
주화입마(走火入魔) · 20
감성가도(感性街道) · 21
조경지대 · 22
대도(大島) · 24
미역치 · 25
감성돔 · 26
손맛과 죽을 맛 · 27
전어 인심 · 28
바다에 버린 모든 것들 · 29
테러리스트 · 30
바다의 한숨 · 31
2부 바다의 표정
대구 · 35
복사초 · 36
왕돌초 · 37
극 대 극 · 38
1.5℃ · 39
바다의 생산직 · 40
보일링 · 41
투망과 양망 · 42
동해 · 44
어부 · 45
지깅과 파핑 · 46
벽파진 · 47
우수영에서 · 48
고하도 · 49
노량 · 50
고금도 · 52
3부 하동포구 抄를 베끼다
황어 · 55
참게 · 56
장어 · 58
연어 · 60
다독다독 · 61
은어 · 62
재첩 · 63
잉어 · 64
늘 · 66
섬진강 아리랑 · 67
4부 건들건들
고슬고슬 · 71
연두 · 72
부고(訃告) · 74
파릇파릇 · 75
올망졸망 · 76
새싹 · 77
떠도는 섬 · 78
대동세상(大同世上) 1 · 79
건들건들 · 80
혼밥 · 82
세월 · 83
내 시를 말한다 시집(詩集)의 배후(背後)/ 최영욱 · 84
[책속으로]
[표제시]
바다에 버린 모든 것들
--
누군가 ‘바다’는 멀리 보는 말이라 했지만
바다는 멀리 만큼이나 넓다
-
내가 갯바위에 서 있거나 낚싯배를 탈 때
바람이 가져간 모자
수중 암초가 뜯어먹은 낚싯바늘과 낚싯줄과 찌
바람에 날려간 비닐봉지와
그리고
담배꽁초
-
바람 때문이라 핑계를 대고
어쩔 수 없었다며 비겁하고
-
그리하여
양심마저 버린 죄
-
바다의 한숨에 나도 한몫
거들었던 것이다.
-
✽ 마이클 스타코위치의 책 제목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들’에서 차용.
--
[대표시]
노량
一 일휘소탕혈염산하(揮掃蕩血染山河)
--
적의 피와 장군 자신의 피로서
노량 바다를 염(染)하길 소원하였을까
아니면 장군의 피로
임금의 해소 기침을 멈추려 했을까
-
음력 11월 중순의 차디찬 바람이 판옥선을 쓸고 갈 때
방어래를 입에 문 우리 수군들 이가 얼마나 시렸을까
앙다문 입술 뒤에 숨은 분노와 적개심이
노량 바다에 진동할 때
노량은 일어섰다 바람으로 물결로 분노로 일어섰고
주검으로 막아섰다
-
장군의 뇌고(擂鼓)도, 쇠나팔 소리, 총통 소리도
모든 소리가 잠든 노량해협에
호곡애모의 곡(哭) 소리만이 파도처럼 넘실거렸을 것이리
-
나는 무엇을 보고 찾고자
이 바다를 어슬렁거리는가.
-
계신다면. 혹 혼백이라도 계신다면
홍합이라도 한 솥 삶아 따끈한 술 한 잔
올리고 싶다.
--
테러리스트
--
최대 지름 2t, 무게 200㎏, 4.000여 개의 촉수를 지닌
우리 바다의 애물덩어리 노무라입깃해파리
사람을 위협하고 그물을 상하게 하고
번식력 또한 왕성한 바다 속 최고의 테러리스트
-
도무지 쓸 곳이라곤 하나도 없는
거대한 몸집으로 바다를 휘젓는 괴물
-
문제는 인간이다 바다의 심각한 오염과
수온 상승으로 이 괴물의 천적들인 쥐치, 상어, 다랑어
개복치, 바다거북, 장수거북, 황새치 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란다
-
점점 더 무서운 테러리스트들이
바다는 물론 지구를 휘감기 전에
그들을 테러할 또 다른
테러리스트를 창작해야 할 것만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