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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접속일 : 26-01-19 가입일 : 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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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未至)

ㅡ 세작(細雀)


                                                 김수환

작고 떨리는 5월의 마음을 미지라고 불렀다

녹차 꽃 하얀 이마가 일생 동안 쳐다보는 나라를,

어느 날 홀연히 흔드는 손을,

그 가뭇없는 지점을 미지라고 불렀다

섬진강 모래들의 발자국,

화개 운수 밤의 산등성이를 흘러가는 별 무리 ,

매일 만나고 매일 헤어지는,

매일 잊고 매일 매일 그리워하는

그 조그마하고 여린 것을 미지라고 불렀다

 


-2023.토지문학제 사화집 『문학, 찻잎 뒤에 숨다』(사람과나무)


세작.jpg

 


【시인 소개】
김수환 / 함안 출생. 2018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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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5월의 찻잎’을 두고 “5월의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그 마음을 일러 “미지(未至)”라고 했지요. 뿐만 아니라 “녹차 꽃 하얀 이마가 일생 동안 쳐다보는 나라”도, “홀연히” 떨어지는 차 꽃잎도, 그 꽃잎이 가닿는 낙처(落處)도 “미지(未至)”라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섬진강 모래들의 발자국”처럼, 혹은 “화개 운수 밤의 산등성이를 흘러가는 별 무리”처럼 자욱한 그리움으로 솟아오르는 어린 찻잎들을 “미지(未至)”라고 했습니다. ‘미지(未知)’가 아니라 ‘미지(未至)’ 말입니다. 
‘미지(未至)’란 ‘아직 닿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그럼 언제 닿을까요? 그리고 어디에 닿을까요? 때도 장소도 모른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뜻이겠지요. 태어나서 죽어야 하는 인간은 시공(時空)을 초월할 수 없습니다. 초월하려면 생(生)과 멸(滅)의 바깥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 존재를 불가에서는 ‘부처’라고 합니다. 세작(細雀)을 소재로 쓴 한 편의 차시(茶詩)에서 해석이 너무 멀리 온 것 같지만, 본래 차시란 이런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미지(未知)와 미지(未至)는 다릅니다. ‘안다[知]’는 것은 알아봄, 즉 인식(認識)의 차원이고, ‘이르다[至]’는 것은 깨달음, 즉 견성(見性)의 차원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한 잔의 차(茶)는 ‘미지(未至)’로써 ‘기지(旣至)’가 되는 선(禪)의 방편일 수 있습니다. 좋은 차는 그 향의 깊이를 알 수가 없듯이, 좋은 시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때 ‘알 수 없다’는 건 축복이 아닐까요?

김남호_소.jpg
(김남호 / 문학평론가)

ㅡ출처 : 하동뉴스(http://www.hadongnews.co.kr)

ㅡ기사 원문 보기 : http://www.hadon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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